내가 인천장로성가단에 입단한지도 벌써 18년이 지났다. 82년 7월 미국 시카고 한국 방송국의 초청을 받고 미국내 4개 도시에서 21개 한인교회에서 찬양공연을 가졌다. 많은 은혜를 받은 우리는 두 번째로 마닐라에서 개최하는 Y.F.C 국제 청소년 선도대회의 초청을 받게 되었다. 하나님의 듯을 우리의 찬양소리에 실어 전할 수 있는 복된 기회가 우리에게 또 다시 오자, 우리 모두는 기대와 함께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87년 7월 30일 김포공항을 출발하였다. 먼저 대만 일정을 마치고, 87년 8월 3일 우리 성가단은 마닐라에 도착,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번 초청은 극동방송국 사장으로 계신 김장환 목사님의 추천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일행 중 단장이신 고일록 장로님과 지휘자 윤영진 장로님은 세심한 계획과 마음 씀씀이로 공연 준비를 차질없이 마쳤고, 우리는 긴장하고도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성가연습을 하였자. 단장 고일록 장로님은 창의적으로 흰바지, 흰저고리에 남색 조끼까지 받쳐입어 한국적인 이미지를 연출하셨다. 아름답고도 기품있는 그 한복 맵시를 보고 대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도취된 듯 황홀한 눈빛이었다.
윤영진 장로님의 능숙한 지휘에 맞춰 우리 단원 20명은 혼연일체가 되어 성가를 불렀다. 우리의 입을 떠난 찬양은 허공을 지나 관중의 마음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영혼의 흔들림의 느꼈음인가, 공연이 끝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앵콜, 앵콜, 코리아 원더풀 하며, 야단들이었다.
하나님의 축복 속에 모두 이루어진 일이었다. 어찌 감사하고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주회가 끝난 후에 가진 평가협의회에서도 우리의 즐겁고 기쁜 마음은 그대로 이어졌다.
나는 이만호 장로님과 한 방에서 묵게 되었다. 아침에 화장실에 가보니 지폐가 욕조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주워보니 900달러였다. 나는 나와서 옷을 입으며, 모르는 척하고, 이 장로님, 분실된 것 없는지 살펴보시고, 출발하십시다. 하고 능청을 부렸다. 방안을 잘 살펴보는 척 하는데도, 이 장로님은 윤 장로나 잘 살펴보시오. 하며 별 무반응이 아닌가!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고만 있었다. 이 장로님은 그때서야 눈치를 채시곤 옷 주머니 팬티 주머니까지 뒤져보시더니 내 달러가 없는데 하시며 나를 쳐다보시더니 달러를 달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은 못 드리고, 단원들에게 한턱을 내시면 돌려드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곤 폭소를 터뜨렸다. 이 장로님도 이 말을 듣고 웃기 시작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나와서 아침을 먹었다.
10여 일간 함께 생활하며, 여행한 경험으로 이 장로님을 비롯 우리 단원 모두는 전보다 더 다정다감하며 친밀해진 사이로, 서로를 존경하며 주님이 맺어준 친구요, 형제 같은 사이로 오늘도 함께 지내고 있다.
